하퍼 리(Harper Lee)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는 1930년대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인종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어린 소녀 스카웃 핀치(Scout Finch)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 줄거리
스카웃은 오빠 젬(Jem),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애티커스 핀치(Atticus Finch)와 함께 살아갑니다. 애티커스는 흑인 남성 톰 로빈슨(Tom Robinson)이 백인 여성 메이엘라 유얼(Mayella Ewell)을 강간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자, 톰을 변호하기로 합니다. 당시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기 때문에, 애티커스가 흑인을 변호하는 일은 지역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킵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애티커스는 메이엘라가 거짓 증언을 하고 있으며, 그녀의 아버지인 밥 유얼(Bob Ewell)이 진짜 가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인종차별적인 편견 때문에 톰에게 유죄 판결을 내립니다. 결국 톰은 탈옥을 시도하다 경찰에 의해 사망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통해 스카웃은 사회의 불공정함과 편견을 직접 경험하며 성장합니다. 한편 밥 유얼은 애티커스와 그의 가족에게 복수하려고 하다가 스카웃과 젬을 공격하는데, 이때 동네 은둔자인 부 래드리(Boo Radley)가 나타나 그들을 구해줍니다. 이후 스카웃은 부 래드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며,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성숙한 관점을 얻게 됩니다.
소설 제목 *앵무새 죽이기*는 “무고한 자를 해치지 말라”는 의미로, 톰 로빈슨과 부 래드리처럼 죄 없는 사람들이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인해 상처받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 역사적 배경
앵무새 죽이기의 역사적 배경은 1930년대 미국 남부로, 이 시기 미국은 대공황(Great Depression)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심각한 인종차별이 만연했습니다. 하퍼 리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고향인 앨라배마주 먼로빌(Monroeville)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으며, 이 지역은 실제로 남부의 보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1. 대공황과 경제적 어려움: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은 미국 전역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주었으며, 특히 남부 농업 지역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빈곤과 경제적 불안은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켰고, 이런 상황에서 백인들은 흑인들을 더 쉽게 희생양으로 삼아 차별을 정당화하려 했습니다.
2. 인종차별과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s): 1930년대 남부는 짐 크로우 법에 의해 법적으로 흑인과 백인이 철저히 분리되었고, 흑인들은 투표권이나 교육 기회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받았습니다. 이 법적 체제 아래 백인 우월주의가 공공연히 자리 잡았으며, 흑인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철저히 소외되었습니다. 소설 속 톰 로빈슨의 재판은 이러한 체제의 부조리함을 반영하며, 당시에 흑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기 어려웠던 현실을 보여줍니다.
3. 역사적 사건 – 스콧스보로 사건(Scottsboro Boys case): 앵무새 죽이기는 실제로 1931년에 발생한 '스콧스보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건은 흑인 청년 아홉 명이 백인 여성 두 명을 강간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으로, 명백한 증거 부족에도 불구하고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 큰 논란을 일으키며, 남부 지역의 인종차별과 사법적 불공정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소설 속 톰 로빈슨의 사건은 이와 유사한 구조를 통해 당시 미국 남부의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4. 사법제도와 배심원 제도 문제: 당시 사법제도에서 흑인이 백인과 동등한 지위를 갖지 못한 현실은 법정에서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백인 배심원단의 결정이 흑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런 사법 체계 속에서 흑인들이 무죄를 주장하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배심원들이 톰 로빈슨에게 불리한 편견을 가지고 판결을 내리는 모습이 이를 반영합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불평등, 그리고 정의의 문제를 다루며, 그 시대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합니다.
# 숨은 이야기
앵무새 죽이기에는 작품의 이면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와 상징들이 있습니다. 이들 요소는 소설이 더욱 깊은 의미를 갖도록 돕고 있습니다.
1. 부 래드리(Boo Radley)의 상징성
- 소설 속 부 래드리는 마을의 은둔자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스카웃과 젬을 구해주는 선량한 인물입니다. 부는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을 상징하며, "앵무새"처럼 해롭지 않은 순수한 존재로 표현됩니다. 작품의 제목처럼 “앵무새를 죽이지 말라”는 메시지의 핵심에 부 래드리가 자리하고 있으며,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보여줍니다.
2. 하퍼 리와 트루먼 카포티와의 관계
- 하퍼 리는 작가 트루먼 카포티(Truman Capote)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창작 과정에 많은 영감을 주었고, 앵무새 죽이기의 딜이라는 캐릭터는 실제로 어린 시절의 트루먼 카포티를 모델로 했습니다. 하퍼 리와 카포티의 우정은 앵무새 죽이기가 출판되기까지 서로의 작가적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제목의 의미와 앵무새의 상징
- 앵무새 죽이기라는 제목은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라는 대사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은유입니다. 소설에서 애티커스는 스카웃과 젬에게 “앵무새는 해로운 존재가 아니며, 오직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뿐이기에 죽이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이 가르침은 톰 로빈슨과 부 래드리 같은 인물들을 상징하며, 이들이 사회적 편견과 불공정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비판합니다.
4. 하퍼 리의 개인적 경험과 소설의 배경
- 하퍼 리는 실제로 앨라배마주 작은 마을에서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며, 이는 소설 속 애티커스 핀치와 그의 자녀들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이는 애티커스의 성품과 신념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리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한 남부의 인종차별적 현실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5. 미발표된 후속작 파수꾼(The Watchman)의 발견
- 2015년, 하퍼 리의 또 다른 작품인 파수꾼(The Watchman)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사실 앵무새 죽이기의 초고로 작성된 작품이었으나, 이후 별도의 후속작으로 분류되었습니다. 파수꾼에서 애티커스는 인종차별적 성향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 사실은 출간 당시 많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작가가 남부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갈등을 생생하게 표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6. 하퍼 리의 숨겨진 메시지와 시민 의식
- 하퍼 리는 작품을 통해 단순한 인종차별 문제를 넘어, 개인의 양심과 도덕적 용기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애티커스는 자신이 패배할 것이 분명한 재판에 뛰어들지만, 양심에 따라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보여줍니다. 이는 당시 독자들에게 "정의는 승리 여부가 아닌 옳은 일을 행하는 데 있다"는 교훈을 주고자 하는 리의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그 당시 미국 사회의 고통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사회적 편견과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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