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멜빌 [백경] 줄거리, 역사적 배경, 숨은 이야기

 

 

# 줄거리

 

《백경》(Moby-Dick)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이 1851년에 발표한 고전 소설로, 바다와 인간의 숙명적인 싸움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넘나드는 포경선 ‘피쿼드호(Pequod)’의 항해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 ‘이슈메일(Ishmael)’은 신비로운 바다에 이끌려 포경선에 승선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선장인 에이허브(Ahab)를 만납니다. 에이허브는 과거에 백경으로 불리는 거대한 하얀 고래, 모비 딕(Moby Dick)에게 다리를 잃고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이후 그는 모비 딕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고래를 잡기 위한 집념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에이허브 선장은 모비 딕에 대한 강렬한 증오와 집착으로 모든 선원에게 그 고래를 찾고 포획할 것을 강요합니다. 이 여정은 선원들에게는 생사를 건 위험한 모험이자 에이허브 선장에게는 집착과 복수심의 상징이 됩니다. 결국 피쿼드호는 모비 딕을 찾아 나서고, 여러 차례의 사투 끝에 에이허브는 모비 딕과 맞서 싸우지만 결국 패배하고 피쿼드호는 침몰합니다. 이 과정에서 선원들은 대부분 사망하며, 오직 이슈메일만이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전하는 증인이 됩니다.

《백경》은 단순한 해양 모험을 넘어 인간의 욕망과 집착, 자연에 대한 도전과 그에 따른 비극적인 결과를 다루며, 운명과 고독,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작품은 풍부한 상징과 철학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소설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

《백경》(Moby-Dick)은 19세기 중반 미국의 포경업이 절정에 달했던 시대적 배경을 두고 있습니다. 허먼 멜빌이 이 작품을 쓴 1850년대에는 미국의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었고, 고래 기름은 램프 연료와 기계 윤활유의 원료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그 당시 뉴잉글랜드 지역의 항구 도시들, 특히 매사추세츠의 뉴베드포드와 나항터켓은 세계 포경업의 중심지로 성장했으며, 많은 선박이 고래를 사냥하러 태평양, 대서양 등지로 향했습니다.

이 시기의 포경업은 대규모 사업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선원으로 고용되어 고래를 사냥하며 생계를 꾸렸습니다. 포경선은 오랜 항해를 하며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접했고, 위험한 고래 사냥의 과정에서 많은 선원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멜빌은 이 포경산업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이 있기에, 당시의 산업적, 사회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멜빌은 1841년에 실존했던 포경선 *아쿠쉬넷(Acushnet)*호에 승선해 고래잡이 항해를 경험했는데, 이는 《백경》의 사실적 묘사와 배경 설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백경》은 실제 사건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1820년에 에식스호(Essex)라는 포경선이 태평양에서 거대한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사건이 있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멜빌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인간이 거대한 자연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에이허브 선장이 모비 딕에 집착하는 모습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자연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통해 《백경》은 단순한 모험 소설을 넘어 19세기 포경업의 현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숨은 이야기

 

《백경》에는 표면적인 고래 사냥 이야기를 넘어선 숨은 이야기와 상징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자연, 인간의 욕망, 신앙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깊이를 더합니다. 다음은 《백경》의 숨은 이야기와 상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관점입니다.

1. 모비 딕과 인간의 집착
   - 에이허브 선장이 집착하는 하얀 고래 모비 딕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인간의 억제할 수 없는 욕망과 맞서 싸우는 존재로 상징됩니다. 에이허브에게 모비 딕은 단순한 고래가 아니라, 그가 도전하고자 하는 운명, 자연의 힘, 그리고 신의 섭리와도 같습니다. 에이허브는 이 고래에게 집착한 나머지 자신과 선원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이러한 집착은 파멸로 이어지며, 멜빌은 이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이 불러올 수 있는 비극을 묘사합니다.

 2. 모비 딕의 상징성
   - 모비 딕은 신비롭고 거대한 흰색의 고래로, 그 존재 자체가 종교적, 철학적 상징으로 해석됩니다. 하얀색은 순수함과 신성함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자연과의 불가해한 관계, 신에 대한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모비 딕은 인간이 결코 완전히 이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거대한 힘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멜빌은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려는 욕망이 얼마나 무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3. 이슈메일의 관찰자적 역할
   - 주인공이자 화자인 이슈메일은 에이허브 선장의 고집과 무모함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모험을 꿈꾸며 바다로 나왔지만, 결국 이 항해가 위험과 고독으로 가득 찬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슈메일은 다른 선원들과 달리 모비 딕에 대한 원한이나 증오 없이 단지 관찰자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이슈메일의 존재는 독자들에게 전체 이야기를 거리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하며, 인간의 불가사의한 운명과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 종교적, 철학적 요소
   - 《백경》에는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적 상징과 철학적 사고가 녹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이허브는 성경 속 ‘아합’이라는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구약성경에서 우상 숭배에 빠진 이스라엘 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는 에이허브가 신의 섭리를 거스르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무모한 집착을 보여주는 장치가 됩니다. 또한, 이슈메일이라는 이름은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에서 온 것으로, 성경에서 추방당하고 방랑하는 운명을 가진 인물입니다. 이러한 이름들은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운명과 내면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나타냅니다.

5. 바다와 고래의 은유
   - 바다는 미지의 세계, 인간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힘을 상징합니다. 멜빌은 바다를 통해 인간의 고독, 두려움, 그리고 운명과의 대면을 그려내고 있으며, 이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근원적 불안을 묘사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고래는 그 바다의 일부이자, 바다와 인간 사이에서 겪는 갈등의 상징적 존재입니다. 고래의 거대한 몸집과 신비로운 존재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 가지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드러냅니다.

 6. 인간과 자연의 관계
   - 《백경》은 자연을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 사이의 갈등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에이허브가 모비 딕을 사냥하려는 집착은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그 고집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고,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 상기시킵니다. 이는 19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고 정복하려 했던 태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백경》은 단순한 모험 이야기를 넘어 다양한 상징과 철학적 성찰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욕망, 자연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문학 작품입니다.